류형준 약사의 ‘새로운 관점의 한약제제학’은 약사회원들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이해 할 수 있는 한약제제이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치유약학으로 약국에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연재를 20회에 걸쳐 게재한다. 약사님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편집자주>

△전통의학의 비장과 현대의학의 췌장

전통의학에서는 인체를 관장하는 중요한 장기로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을 이야기한다.

전통의학의 오장을 현대의학의 해부생리학으로 대입하면 간은 간장, 심은 심장, 폐는 폐장, 신은 신장으로 해석하는 것은무리가 없지만 비는 비장으로 해석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전통의학에서의 비장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① 運化를 主한다: 소화흡수, 영양물과 수분의 수송

-위장관에서 음식물의 소화흡수와 몸 안에서 인슐린과 글루카곤에 의한 영양분의 이동

② 統血한다: 혈관벽의 정상성 유지, 지혈인자의 생성 및 공급

-혈액을 만드는데 필요한 영양분의 흡수와 공급으로 조혈작용을 돕는다.

③ 四肢, 肌肉을 主한다: 근육에 영양공급(Glucose의 공급)

-사지와 근육에 영양분을 공급해 에너지 발생을 돕는다.

④ 口에 개규한다: 미각, 식욕

-소화기계의 기능은 식성과 식욕으로 잘 나타난다는 의미

⑤ 後天의 本

-음식물을 통해 소화 흡수된 영양소에 따라 평소의 건강상태가 결정된다는 의미 현대의학에서의 비장은 림프계를 구성하는 림프기관의 하나로 림프절과 비슷한 역할과 혈액을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비장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① 림프구의 생성과 면역기능에 관여

② 림프액의 여과

③ 혈액의 저장 및 혈액의 여과

④ 오래된 적혈구의 제거

따라서 전통의학에서의 비장은 현대의학에서의 비장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오히려 소화기계의 췌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며 용어의 혼란이 있으므로 비장을 췌장으로 고쳐야 한다.

△부자와 마황은 꼭 필요한 약인가?

부자와 마황은 특히 강심작용이 강한 약으로 필요한 경우 사용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해 초기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돋게 하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결국 심장을 쉬지 못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약이다.

심장이라는 장기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을 잠시도 쉴 수 없는 장기여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데 익숙한 장기이다. 그 심장이 힘들어서 문제가 생길 경우 특별한 위기상황이 아니면 심장에 채찍을 가하는 강심제보다는 심장을 편안 하게 쉬게 해 스스로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임을 알게 됐다.

심장을 편안하게 쉬게 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손발을 따뜻한 물에 담그는 각탕법이다.

각탕법은 손발의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잘 되도록 도와 심근의 부담을 줄여서 심장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다. 평소에는 보통 1회의 효과가 12~24시간 정도 지속되니 증상에 따라 하루 한두 번이 적당하다. 계속해도 무리 없이 꾸준히 효과를 내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위급한 상황일 때는 신속하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므로 위급한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 실시한다.

둘째, 이담건위작용이 강한 처방이다. 당장 위급한 상황일 때는 단기간 사용하는 처방으로 혈중으로 과도하게 분비된 부신수질호르몬을 간에서 걸러 담즙으로 빨리 배출시킨다.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줄이기 위해 이담건위작용이 강한 처방으로 증상이 줄어들 때까지 단기간 사용한다.

셋째, 림프순환을 촉진하는 처방이다.

장기적으로는 형방패독탕이나 갈근탕에서 마황과 감초을 뺀 갈근탕거마황감초 같은 처방으로 림프순환을 촉진시켜 체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근의 피로회복을 돕는 것이다.

넷째, 교감신경 흥분을 억제해 심장의 흥분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신경흥분을억제해 증상을 개선하는 방식은 적용시기나 적용량에 민감해 정확한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단지 증상만을 개선할 뿐 원인적인 요인을 개선하지 못하고 용량초과 시 부담이 많아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이나 요법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회복을 도와주니 마황이나 부자와 같은 강심제를 사용할 때보다 빠르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매번 확인했다.

△간과 담낭은 대사계통으로

현대의학에서 소화기계통은 췌장, 간장과 담낭은 물론 입, 식도, 위, 소장, 대장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화기계통은 소화기능에 직접 작용하는 췌장과 입, 식도, 위, 소장, 대장 등을 포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간장과 담낭을 포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화작용은 음식물이 몸에 들어오는 과정으로 음식물의 크기를 줄여주고 흡수하고 필요 없는 찌꺼기는 대변으로 보내는 일련의 연속된 과정이다. 인체의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보면 근본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처음 단계에 속한다.

하지만 간과 담낭은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분비돼 지방의 소화에 일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간에서 하는 일의 중심은 아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탄수화물의 대사, 지질의 대사, 단백질의 대사 등 각종의 대사과정을 주도하고, 영양소와 비타민 그리고 철분과 혈액의 저장과 공급, 해독작용과 담즙분비 등의 일을 한다.

간의 소화작용은 분비된 담즙이 지방을 녹이는데 작용해 지방의 소화를 돕는 과정뿐이다. 이는 담즙의 재활용으로 간의 주작용으로 보기는 힘들다.

류형준 약사(예스킨 대표)

간의 하는 일들은 주로 물질대사에 관여해 소화 흡수된 물질들을 분해하거나 합성해 인체에 필요한 물질로 바꾸고, 준비된 물질을 잠시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공급해주는 것이다. 인체의 에너지대사 과정에서 보면 공급된 물질을 필요에 맞게 만들어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중간 과정이다.

따라서 간과 담낭은 소화기계통과는 별개로 대사계통으로 따로 분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다. 이것은 간과 담낭을 소화기계통이 아닌 따로 독립된 계통으로 분리해 생각하는 전통의학의 지혜를 빌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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