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준 약사의 ‘새로운 관점의 한약제제학’은 약사회원들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이해 할 수 있는 한약제제이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치유약학으로 약국에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연재를 20회에 걸쳐 게재한다. 약사님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편집자주>

현대의학의 이론적인 체계에 본초학 대신 약물학적인 견해로 약재를 새롭게 해석해 한약제제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처음부터 어렵고 힘든 병을 고치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기, 통증,소화기병 등의 경질환들에 대해 이미 제제화된 한약제제를 활용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했다.

항생제를 대신할 수 있는 우수한 처방의 한약제제를 찾아서 응용하게 하고, 우황청심원과 천왕보심단과 같은 흔히 사용되는 한약제제에 대한 다양한 응용법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이다. 이러한 한약제제는 처음 한약제제를 접하는 이에게는 복잡하지 않게 약물학적 한약제제를 접할 것이며 이미 한약제제를 공부한 이에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그에따라 다양한 응용법을 찾게 할 것이다.

△심열과 간열에 대한 해법

한방에서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심열과 간열에 대한 현대의학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심열의 증상은 심장의 충혈로 가슴이 답답하고 심박동수가 증가하며, 손발은 차고 혈압은 오르며, 뒷목과 어깨는 뻣뻣하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는 등의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으로 인해 심장박동수는 증가하지만 말초혈관은 수축해 심장에 비정상적으로 강한 압력이 걸리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한 상태를 가라앉혀서 심장의 흥분을 정상적으로 안정시키고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서 말초혈관의 저항을 줄여주면 되는 것이다.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은 부신수질에서 혈중으로 과도하게 분비된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부신수질호르몬이 교감신경에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 혈중에 과도하게 존재하는 부신수질호르몬들을 간에서 걸러 담즙으로 분비해 빨리 체외로 배출되도록 하면 된다. 이담건위작용은 심열증상 해결이 원활히 되도록 돕는다.

팔다리의 말초혈관 수축은 손발을 팔꿈치와 무릎까지 45℃ 정도 뜨거운 물에 담그는 각탕법을 5~10분 정도 실시한다. 이렇게 하면 물에 잠겼던 피부가 빨갛게 되는데 이는 손발의 말초혈관이 확장된 것으로 각탕법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장의 부담은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부신수질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염증 때문인지, 추위와 같은 환경적인 문제인지, 찬 것이나 매운 것과 같은 개인적인 요인인지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처하면 될 것이다.

간열은 간의 염증상황인 것으로 바이러스성 간염인지, 담즙의 배설이 원활하지 못해 담즙의 울체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술과 담배와 같은 독성물질의 과다섭취로 간에 무리가 생긴 것인지, 스트레스로 인해 간에 부담이 되는 것인지 등을 구분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면 항바이러스제를, 담즙배설의 문제이면 이담건위제를, 독성물질의 과다섭취의 문제는 일단 이담건위제를 쓰면서 상담을 통해서 독성 물질의 과다섭취를 줄일 것을 교육해야하고, 스트레스의 문제이면 스트레스 해결책을 시도하거나 안 되면 이담건위제와 심열에서 설명한 각탕법(脚湯法)을 함께하면 해결될 것이다.

결국 심열이니 간열이니 하는 문제는 한약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병증이 아니고 현대의학에서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이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한약 중 보음제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동양의 전통의학에서는 우주만물을 음(陰)과 양(陽)이라는 상대적인 관점으로 나눠 관찰했다. 음(陰)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만물, 즉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이나 물질 그 자체가 된다. 예를 들면 작은 돌멩이, 나무, 짐승, 사람, 땅, 별, 우주 등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물질 그 자체가 바로 음(陰)인 것이다.

양(陽)은 형태가 없는 기(氣)의 작용이며, 기(氣)는 무형(無形)의 유용자(有用者)로서 형태는 없지만 작용은 있는 물질적이지 않은 모든 것이다.

즉, 공간에 존재하는 물질에서 비롯된 에너지 현상들이 바로 양이다.

예를 들면 작은 돌멩이 자체는 음이지만 그것이 구르거나 떨어지는 현상 또는 산화돼 부서지는 현상, 돌의 성분 중에 물에 녹는 성분들이 녹는 것 등의 뭔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양(陽)이 된다. 땅 자체는 음(陰)이지만 시간 속에서 풍화돼 변화하는 현상, 지진이 나서 움직이는 현상, 계절에 따라 땅이 얼거나 녹는 모든 현상들은 바로 양(陽)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계 자체는 음(陰)이고, 거기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바로 양(陽)이다. 그 현상들의 내부에는 반드시 에너지 변화가 있으므로 에너지 현상이라 해도 좋겠다. 사람에 있어서는 물질인 몸은 음(陰)이며 몸이 살아 있기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즉 태어나고, 자라고, 활동하고, 죽어가는 그 모든 생명현상이 바로 양(陽)이다. 인체에서의 음(陰)은 크게는 정신과 분리된 몸 그 자체이고 작게 말하면 몸을 구성하고 있는 기관과 장기일 것이고, 더 작게는 세포이고, 더 나누면 몸을 구성하고있는 영양소이다.

인체에서의 양(陽)은 육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활동이다.

따라서 병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병은 생명현상이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음병(陰病)은 그 원인이 음(陰)의 이상 즉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부족이나 과잉,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오는 병이고, 그 외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명현상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양병(陽病)이다. 전통의학에서는 약도 음양(陰陽)으로 나누는데 음병(陰病)에서 음(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음약(陰藥)일 것이다. 특히 음약(陰藥) 중에 보음제는 음(陰)을 보충하는 약으로 기관이나 세포 자체를 보충할 수는 없으니 결국 그의 구성성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적으로 생각하면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5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이 이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한약의 복용은 환제, 산제, 과립제, 탕제 등 여러 가지 제형 중 대부분 탕제로 한다. 이는 약재를 물에 끓여서 녹는 성분들을 추출해 추출물을 복용방법으로 주로 수용성 성분을 먹도록 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대 영양소를 살펴보자.

류형준 약사

첫째, 탄수화물은 1탄당이나 2탄당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녹말에 이르면 물에 녹기가 쉽지 않다. 둘째,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셋째, 단백질 또한 오래 끓이면 일부 가수 분해돼 녹는 것도 있지만 단백질 덩어리를 전부 녹이기는 쉽지 않다. 넷째, 비타민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과 기름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나눠져 있다. 다섯째, 무기질 또한 물에 잘 녹는 것과 물에 잘 녹지 않는 것으로 나뉜다.

따라서 물에 녹는 성분이 제한돼 있고 그 양 또한 물에 녹여서 먹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으로 미뤄 생각할 때 보음제는 한약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 음식물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원문보러가기

LIST